영화

비커밍 제인 (2007) (2022.02.20)

170841 2022. 2. 20. 17:13

0. 개요

 

#영국 영화

#넷플릭스, 왓챠 (넷플릭스에서 봄, 영자막 지원 X)

#러닝 타임 2시간

 

 

 

비커밍 제인 | 넷플릭스

작가를 꿈꾸던 제인 오스틴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 그녀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 단 하나의 사랑. 모두가 궁금해한 제인 오스틴의 실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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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게 된 계기

 중학생 때 오만과 편견을 책으로 읽었던 적이 있는데, 사실 그때는 뭘 알고 읽었다기보다는 '이때 영국의 여성들은 이렇게 살았구나'라는, 어쩌면 좀 단순한 생각으로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꼈던 건 당시의 여성들은 굉장히 억압받고 있었다는 것, 그 억압에서도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여성이 존재했고 그 의견을 받아들여 주는 남성이 존재함으로써 해피 엔딩을 맞이했다는 것 정도.

 소설이라는 것은 아무리 허구라고 하더라도 작가의 경험이나 생활, 가치관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오만과 편견의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이 작품에 많이 녹아 있는 작가로 꼽힌다는 걸 들었다. 당시의 무도회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서 오만과 편견 영화는 보다가 끊어 버렸었는데(책으로 이미 읽었던 작품이라 결말에 대해 궁금증이 없었던 것도 한몫 단단히 했다), 비커밍 제인은 오만과 편견이 왜 그런 내용이었는지 알려 주는, 어쩌면 실화 기반 영화라는 점에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본 사람이 나한테 재미있다고 영업해서 더 보고 싶어졌다.... 나는 귀가 팔랑거리는 편이니까요.

 

2. 감상

 여성의 승리가 아닌, 제인 오스틴의 반쪽짜리 승리였을 뿐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저렇다. 제인 오스틴은 결국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톰 리프로이의 사정을 알고도 그와 사랑의 도피를 할 수 없었고, 결국 그와 결혼하지 않은 채 되돌아오게 된다. 중간에 리프로이의 외삼촌에게 편지를 보낸 어떤 남자만 아니었더라면... 하고 자꾸 가정하게 되는데, 이미 벌어진 일에 가정법을 아무리 넣어 봤자 바뀌는 건 없는 거겠지. 사실 그 남자가 뭐 하는 남자인지 아직도 모른다. 영화 감독이 조금 더 극적인 연출을 하기 위해 넣은 하나의 소재일지도?

 "사랑 없는 결혼도, 사랑만 있는 결혼도 할 수 없었군요."

 초반부터 제인 오스틴에게 청혼을 했던 돈 많은 집안의 남자(벌써 이름을 까먹어 버렸다... 미안)가 했던 말이 제인 오스틴의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면모를 잘 드러내 주지 않나 싶다. 현실을 받아들였다면 사랑 없이 결혼했겠고, 이상만 바라보았다면 사랑의 도피를 했겠지만 제인은 둘 다 선택하지 않았다.

 제인은 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그 뒤로 집필한 소설에 있는 주인공들은 사랑'도' 있는 결혼을 시켜 주었다. 제인 오스틴은 사실 독신으로 살고 싶다기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다는 어쩌면 당연한 욕구만이 있었을 뿐이었고, 자신의 소설 속에서 모든 여자 주인공들에게 달성시켜 준다.

 200년이 넘게 지난 현재의 여자들은 제인 오스틴에 비해 완전히 나아졌다고 할 수 있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당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 있는가? 물어보면 대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가 '사랑으로 다 이겨낼 수 있어요'라고 외치며 결혼을 우긴다면 그 주변인들은 말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사랑은 금방 변해."

 비커밍 제인 영화의 마지막도 그렇다. 제인 오스틴은 결국 자신의 가치관을 존중해 준 약혼자, 그리고 보듬어 주는 가족들과 친척들이 있었기에 작품 활동을 하면서 독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지만, 당장 톰 리프로이와 결혼한 여성은 어떤가? 리프로이와 결혼해 일곱 명의 자녀까지 낳으며 가정을 꾸렸거늘, 영화에 중요한 역할로 나오나? 영화에서 그 존재가 긍정적으로 그려지나? 제인 오스틴의 사랑을 막는 방해물처럼 그려지진 않았나?

 리프로이는 자신의 첫째 딸 이름을 제인으로 지었다. 이를 무슨 로맨틱처럼 포장하는데, 그건 로맨틱이 아니다. 제인 오스틴은 현실보다는 이상을 택했기 때문에 독신으로 살며 자신의 사랑을 소설 속에서나마 희망적으로 그려냈지만, 리프로이는 이상보다는 현실을 택했다. 그렇다면 결혼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리프로이가 결혼 후에 지우지 못한, 어쩌면 지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제인 오스틴을 향한 사랑은 리프로이의 부인에 대한 무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제인 오스틴 사후에 리프로이가 오만과 편견의 초반을 경매장에서 구매했으며, 말년에는 그에 대한 사랑을 'a boy's love'라고 표현했는데.... 부인은 그걸 알면서도 결혼했다는 것부터가 맹점이다. 여성의 위치는 동일했고, 사회는 변하지 않았고, 리프로이는 사회에 편승했으나, 둘의 로맨스로 그것을 감추며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우길 뿐이라고밖에.

 리프로이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며 장수했지만, 제인 오스틴은 가족들과 친척 집을 전전하며 병에 걸려 단명했다. 제인은 자신의 편이 되어 주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다지만, 비슷한 로맨스를 가졌던 다른 여성들에게는 과연 그런 행복이 주어졌을까? 답은 당시의 여성들만 알고 있겠지.

 그렇지만 제인 오스틴이 리프로이와 함께 만든 사랑은 아름다웠다. 리프로이에게 줄 수 있는 칭찬은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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