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 평
과거로부터 현재의 질문에 답을 찾고 싶다면, 현재의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읽어야 할 책
정관정요
김원중 교수의 번역으로 읽는 리더십의 영원한 고전 《정관정요》중국사에서 가장 빛나는 황금기였던 당나라를 이끌었던 당태종 이세민. 그가 신하들과 나눈 문답을 정리한 《정관정요》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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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나서 (2021.07.19)
정관정요라는 책을 읽은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후기를 쓴다. 그때 마음이 와닿았던 부분 중에 지금은그렇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듯이 그때 마음이 와닿지 않아 필사하지 않았던 부분 중에 지금은 와닿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겠다. 하지만 지금 읽어 보면서 그때의 내가 바랐던 모습과 현재의 내가 바라는 모습에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낀다. 그 이야기는 곧 나의 단점이 여전히 내게 자리 잡고 있다는 이야기이도 할 것이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운전 면허 시험 중 기능 시험을 통과하고 집에 돌아와서 후기를 쓰고 있다. 벌써 현장 실습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다. 코로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교환학생으로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델타 변이 등 다양한 변이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출국은 거의 물 건너간 듯 보인다. 좌절감과 상실감이 드는 것은 물론이다. 2019년 3월부터, 제대로 준비했던 6월부터라고 생각하면 거의 2년간 준비했던 것들이 의미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힘도 빠지고,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정도까지 다다랐었다. 6월 18일에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약 30일 동안 집에서 한 것이 거의 없었다. 면허 학원을 등록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이번 방학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불안함 없이 즐겼다면 모를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은 그대로 나만 못나고 뒤처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냈을 것 같다. 역시 우울할 때는 뭔가 자극을 줄 만한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집에만 있으면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지나가 버린다.
오늘 새벽부터 면허 학원에 가서 기능 시험을 위한 연수 4시간, 시험 10분, 셔틀을 위한 대기 시간 1시간까지 보내고 오니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다. 놀라운 건 기능 연수를 하러 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엑셀을 어느 정도로 밟아야 하는지, 브레이크를 어느 정도로 밟아야 하는지도 몰랐으나, 연수 4시간을 받고 나니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감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강사분이 해 주셨던 말이 기억난다. "정말 운동 신경이 없는 사람들도 다 운전을 하고 다닌다. 하다 보면 조금씩은 늘기 때문에 모든 것은 자기에게 달린 것이다. 정신만 바짝 차려라." 처음에는 브레이크도, 핸들도 전부 강사분이 돌려 주시고 잡아 주셨는데도 가르쳐 주신 대로 계속 하다 보니 또 되는 것이었다. 처음 갈 때 걱정 때문에 이곳저곳 웹 서핑을 했던 건 다 의미가 없었다. 그냥 알려 주시는 걸 열심히 듣고, 내가 모르는 건 질문해서 얻어 내면 되는 것이었다.
"조급해하지만 마세요. 조급하면 다 탈락합니다." 시험 전에 경찰청 직원분이 하셨던 말이다. 처음에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 너무 긴장됐다. 기억나는 대로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습 때 쉽게 잊어버리던 부분을 잊어버려 감점을 당했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렇게 감점을 당하고 나니 정신이 들면서 가르쳐 주셨던 걸 더 기억해 내려고 했다. 더 조심히 선을 확인했고, 감점을 당할 만한 요인은 전부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가르쳐 주시지도 않았지만, 몸을 잔뜩 비틀어 가며 사이드 미러를 확인했다. 강사분이랑 있었더라면 많이 혼났을 정도의 상황에는 다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만회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시험을 봤더니 그때부터는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부분 다 통과하고 나서 마지막 선을 통과할 때 자꾸 실수하던 우측 지시등까지 켜 놓고 너무 안심했던 건지, 속도 위반을 해 버렸다. 놀라서 감점 정도를 봤는데 다행히 82점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실수를 한다고 다 놔 버리는 것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고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면 중간은 간다. 왜냐하면 초반 실수로 인해 중도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에 긴장을 풀고 안심하자마자 단 한 번도 했던 적 없는 속도 위반을 해 버렸다. 3점 감점만 되었기 때문에 다행히 결과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만약 3점짜리가 아니었더라면 걱정했던 부분을 다 잘해 놓고 어이없이 탈락할 수도 있을 뻔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도 '처음에 훌륭했던 이는 확실히 많지만, 끝까지 훌륭한 행실을 한 이는 아주 적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와 잘 맞는 말이라고 생각 안 할 수도 있지만,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 보면 맞다. 처음에는 긴장하고, 본인이 걱정했던 부분에는 조심하지만, 그 부분이 지나면 마음을 놔 버리고 긴장을 풀어 버린다. 그러다가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동일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몇 세대를 거쳐 오는 염원일지도 모른다.
추가로, 이번에 아무것도 않던 한 달을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니 나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케줄 안에서 살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다. '칠기에 만족하지 못하면 금으로 만들게 되고, 금으로 만든 그릇에 만족하지 못하면 반드시 옥으로 만들게 됩니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것을 필사할 때에도 나쁜 버릇에 비유했는데, 지금도 나쁜 버릇에 빗대고 싶다. 내게는 나쁜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평생의 숙원 같은 것인 듯하다. 내가 '쉬고 싶다'고 느끼더라도 정말 쉬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한 달로 또 다시 뼈저리게 느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우울해지고, 불안해지기만 하는 것을 지난 2020년 일 년, 그리고 이번 6~7월 한 달로 깨달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이 나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딱히 하고 싶은 건 없고, 하기 싫은 것은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작 시작했을 때까지 하기 싫은 것은 아니다. 시키면 또 스트레스받으면서 해낸다. 내가 무엇에 중요도를 두느냐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을지 그냥 쉴지 결정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현재는 '매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매달 자신이 아직 통달하지 못한 것이 있음을 잊지 않습니다.'라는 말이 있듯, 나의 부족한 부분을 기억하고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교환학생을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내게 남은 2달이라는 시간 동안 이 책의 채찍질을 잊지 않고 내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어떤 일을 달성하더라도 그것에 오랫동안 취해 있지 않고, 하지만 또 어떠한 슬픔이 찾아오더라도 또 오랫동안 갇혀 있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를 생각하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고대나 현대나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똑같고, 인간이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하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지금 생각난 서양에서의 이와 비슷한 말을 하나 담고 끝내겠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이스라엘 출처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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