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후기

제 29회 ADsP(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합격 후기 - 서울 경원중(2021.05.22)

170841 2021. 5. 25. 21:10

시험 보러 무려 오전 6시 55분에 일어났다. 출근할 때보다 이른 기상 시간이었다.

   지난주 토요일에 시험을 보고 왔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시험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내가 접수할 때가 되니 벌써 29회 시험이었다. 항상 접수 기간을 놓치거나, 접수를 하려고 해도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곤 했었다. 드디어 올해 시험을 보게 되었다. 산업공학 전공으로서 통계학과 데이터 분석 관련 과목을 전공으로 이미 수강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시험을 본 선배들의 경우만 봐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공부 많이 안 해도 되는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22일 시험인데 바로 일주일 전 토요일에 공부를 시작했다. 심지어 그때조차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 책을 사지도 않았고, 단순히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리된 자료만, 그것도 1과목만 대충 봤다. 석가탄신일이 시험 있는 주의 수요일이었고, 금요일에 인턴 휴가를 썼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느낀 점은,

정말 공부 많이 안 해도 되는 시험이다!

1. 공부한 시간

   만약 나와 같은 헛짓을 하지 않는다면, 산업공학과 전공생처럼 데이터 관련 과목을 전공으로 수강한 사람들은 후술할 공부 방법으로 딱 3일, 그것도 24시간이 아니라 각각 10시간 정도, 그것도 풀 집중할 필요 없이 폰 만지는 시간 몇십 분씩 끼워 가면서 공부해도 될 것이다.

 내가 저지른 헛짓은 이렇다. 석가탄신일에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했다. 2과목을 읽다가 너무 집중이 안 되어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기출 문제 정리 파일을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공부한 내용과 기출 문제의 내용이 오묘하게 맞지 않았다. 그제서야 알았다. ADsP가 2017년인가에 개정이 되었고, 내가 이제까지 보고 있던 자료는 개정 전의 자료였다는 것을.

 

https://codingspooning.tistory.com/99

   이곳에서 받은 파일인데, 다행히도 1과목만 제대로 읽고 2과목은 한두 장 정도 읽다가 지쳐서 기출 문제를 봤었다. 만약 꾸역꾸역 정리본만 읽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렇게 놀고 싶은 마음을 참아 가면서 공부했는데 헛짓을 했다는(사실 개정이 되었을 뿐, 내용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라 그렇게까지 헛짓은 아니다.) 생각 때문에 억울해서 시험을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돈을 정말 아까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 접수하는 데 사용한 5만 원을 위해서라도 시험을 보러 갔을 것이고, 시험을 보러 가는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서 자격증을 반드시 따야 했을 것이다. 결국 공부 열심히 해서 토요일에 보러 갔다. 10시 시험인데 무려 8시 30분에 도착했다.

 

2. 시험 장소

 

 

   나는 경원중학교에서 시험을 봤다. 서울에는 마지막까지 꽤 좌석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접수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접수하고 결제했다. 그런데 홈페이지 UI가 너무 불편해서 접수와 결제를 진행하면서 몇 번이나 화났는지 모르겠다. 조금 개선이 필요할 듯하다.

   추가로, 경원중학교가 지하철역과 가까워서 고르긴 했는데, 아무래도 중학교라 그런가 시설이 썩 좋지만은 않다. 화장실도 너무 더럽지는 않지만 그렇게 깨끗하지도 않고, 제일 중요한 건 시험을 보는 의자가 너무 불편하다. 계속 끼익거리는 소리가 나서 솔직히 조금 스트레스받았다. 교체가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굳이 그런 귀찮은 짓 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그런 거에 신경 예민하지 않아서 그냥 최대한 안 움직이면서 시험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의자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다른 시험 보는 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해지긴 했다.

 

3. 입실 및 시험 시간, 특징

22일 시험이면 18일 오후에 문자가 왔다.

   나와 같은 경우는 오전 10시부터 시험을 봤는데, 오전 9시 40분 이후면 입장이 안 된다고 사전에 문자가 왔다. 문제는 내가 회사 셔틀을 타고 서울 양재역에 도착할 수 있는 예정 시간이 8시 30분, 아니면 9시 30분이었다는 점. 결국 나는 눈물을 머금고 8시 30분 도착 예정 셔틀을 탔고, 놀랍게도 8시 10분쯤에 양재역에 도착해 버렸다. (...) 입실이 8시 30분부터 가능했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입실할 때 체온 체크와 손 소독을 한다. 요즘 어딜 가나 하는 그것이다. QR 체크는 필요 없었다. 고사실을 몰라도 입구 앞에 종이로 붙여 주기 때문에 수험 번호로 확인하면 된다. 또 고사실에 들어가면 어느 책상에 앉아야 하는지 칠판에 붙어 있기 때문에 잘못 들어갔는지 나름 중복 확인도 가능하다.

   시험 보기 30분 정도 전부터 신분증 체크를 하고, 화장실을 40분까지 다녀오라고 한다. ADsP는 시험 중간에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15분 정도 전에는 OMR 카드를 나눠주셨고, 아무것도 손대면 안 됐다. OMR 카드에 이름과 수험 번호를 써야 하는데, 수험 번호는 감독관님께 여쭤보면 알려 주신다. 그 외에는 손대면 안 된다. 그리고 10분 정도 전인가에는 시험지를 나눠주시고 문제 인쇄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감독관 두 분이 계셨는데, 인쇄 상태만 확인하고 문제 읽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재차 반복하셨다. 어차피 문제 풀 시간은 넉넉하기 때문에 그때 스캔 안 해도 될 듯했다. 하지만 스캔을 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오는 방송에 맞춰 답안지 배부, 시험지 배부, 시험 시작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 관련으로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 칠판 쪽에 시계도 있었기 때문에 굳이 시계가 필요할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냥 손목시계를 차고 갔다. 스마트워치는 꺼야 했다.

   10시부터 시험 시작이고, 11시 30분에 시험 종료이다. 하지만 10시 30분부터 원하는 사람은 퇴실이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는 10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퇴실했다. 그 정도로 문제가 쉽다고 느꼈다. 주관적인 느낌이다.

 

4. 체감 난이도

   산업공학 전공, 데이터 관련 수업 다수 수강, R과 python 외 여러 언어 기본적인 코딩 가능하다는 베이스를 깔고 있을 때 넉넉하게 노는 시간 포함해서 20~30시간만 공부하면 문제를 봤을 때 한 과목당 한두 문제 모르겠고 나머지는 웬만해서는 풀 수 있는 정도였다. 문제를 풀면서 커트라인은 무난히 넘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5. 공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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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sP 정리 / 요약본 post link 연결 ADsP 시험 일정 및 안내 보러가기 (문항수, 합격기준, 응시료, ...

blog.naver.com

   나의 빛, 소금, 어쩌고 같은 블로그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최고의 블로그이다. 이 블로그의 주인 덕분에 나는 몇만 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떤 교수들, 그 어떤 강사들의 자료보다도 더 가독성 좋은 자료와 핵심 포인트만 집어 둔 센스까지 겸비한 게시글을 무료로 공개해 주셨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들어갈 때마다 광고를 세 번씩은 클릭해 드렸다. 이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시는 분이면 광고비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분 덕분에 ADsP가 개정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 사실을 알려 주신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공부할 내용까지 1 to 10을 전부 정리해 주셨다. 장담컨대, 통계학과나 산업공학과와 같은 4과목의 기초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분의 게시글 내용만 전부 알고 간다면 ADsP 시험 문제의 80%는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http://www.dataedu.kr/%EA%B8%B0%EC%B6%9C%EB%AC%B8%EC%A0%9C%EB%B3%B5%EC%9B%90/

   추가로 도움이 되었던 사이트는 이 사이트이다. 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지만, 상관없다. 그 정도의 정보는 기꺼이 팔아 넘길 수 있다. 이 사이트의 존재를 알자마자 나의 개인정보를 기꺼이 회원가입 창에 써 넘겼다. 신기하게도 주소를 제대로 안 적어도 되길래 시와 구까지만 적었다. 나머지는 솔직하게 적어 냈다. 하지만 ADsP 시험을 보고 나서는 딱히 활용할 사이트가 아닌 것 같아서 바로 탈퇴했다. 한 20회인가부터 기출 문제 형식이 비슷하게 반복되어 나온 것 같았다.    17~19회 기출 문제가 나왔던 부분과 20~28회 기출 문제가 나왔던 부분이 조금 다른 듯 보였다. 나의 착각일 수도 있으니 30회 준비를 하는 분이라면 착실히 모든 기출 문제를 보길 바란다. 시험을 보고 나와서 느낀 점은 ADsP도 다른 시험과 마찬가지로 기출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6. 마지막, 산업공학 전공자로서 느낀 점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못 본 것 같지는 않다. 이래 놓고 떨어지면 창피할 것 같지만 괜찮다. 또 보면 된다. 그때는 시험 보기 3일 전부터가 아니라 일주일 전부터 공부할 거다. 정말 붙었다. 3일만 공부해도 됐다. '산업공학 학생들이 이 자격증을 따는 게 의미 있을까?'라는 의문이 처음에 많이 들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의미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솔직히 산업공학 학생들은 데이터 마이닝 수업을 포함해서 온갖 전공을 들으면서 R이나 python, SAS, JAVA까지 섭렵해 가며 온갖 코딩에 발을 담갔다 뺀다. 나의 경험상, 그러면서 딱히 데이터 마이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내가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때는 당장 닥친 과제와 쪽지 시험을 쳐 내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데이터 마이닝 관련으로 모델 수립을 하는 인턴을 진행해 보면서 전공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가 많았는데, 어쩌면 그 고민이 제일 중요한 경험이었겠다 싶었다. 데이터 모델링 기법에 대한 통계학적 지식도 모르고, 작동 원리도 모르고, 어영부영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준 소스에 의존해 과제를 겨우겨우 끝마친 사람들이라면 내 말에 더더욱 공감할 것이다. 나는 나름 산업공학 동아리도 3년 동안 하면서 여러 데이터를 다룰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울 정도로 데이터 마이닝이나 모델링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희박했던 것 같다. 건축으로 따지면 기초 공사도 하지 않고 무작정 콘크리트를 쌓아 올려서 63 빌딩을 만들어 내겠다고 하는 꼴과 비슷했다. 그런데 기초 공사를 했다고 생각하고 콘크리트만 부어 댔다. 그게 나였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회사에서 데이터를 다루면서 모델링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다 보니 도달한 결론이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멘토 선배님이 해 주셨던 말이 떠오른다. 그게 바로 위 짤방이다. 지금 나는 고졸인 주제에 석사의 깨달음 경지에 올랐다. 박사와 교수의 경지까지 오르려면 아직 좀 먼 것 같다. 지금 대학원에 갈 생각은 없기 때문에 일단은 이 상태로 머물 것이다.

   산업공학 전공자들에게, 특히 나처럼 어영부영 시키는 대로 전공 커리큘럼을 따라가면서 모델링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요즘 데이터가 뜨고 있으니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쪽 아니면 산업공학 안 뽑아 줘서' 데이터 쪽으로 빠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는데, 왜냐하면 데이터 사이언스와 개발의 차이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 차이조차 모른다. 이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기본이 데이터를 통해 모델을 만들 때 '어떤 모델을 만들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데이터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데이터에 알맞은 모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모델에 대한 이해는 그 모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원래 어떤 목적으로 개발되었는지' 등에 해당한다.

   ADsP는 최신 유행하는 Deep Learning이라든지, AutoEncoder, CNN 따위의 멋지고 세련된(사실 이것도 나온 지 꽤 된 것들이지만) 모델링 기법에 대해 묻지 않는다. 멋진 알고리즘에 대해 가르치지도 않는다. 어쩌면 탁상 행정에 가까울 정도로 '이것만 알아서는 죽어도 데이터 분석 못 하는데.'라고 생각할 정도의 문제만 나온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그런 문제만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산업공학 전공생들은 데이터 분석은 하면서 그 정도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나 역시도 2020년까지는 그랬기 때문에 확신한다. 3학년까지 다니면서 온갖 데이터 관련 전공 선택은 다 들었는데도 그렇다. 데이터 마이닝 수업까지 다 들었는데.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 객체지향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이다. 시험과 과제, 그리고 학점에만 관심을 가지면 어쩔 수 없다. 결국 시키면 하긴 하는데 뭔지도 모르고 일단 구글링해서 github, kaggle에 있는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 넣고는 대충 돌아가게만 수정하는 게 능력의 전부인 사람이 될 것이다. 사실 그게 나였다. 지금도 좀 탈출은 했지만, 어느 정도는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말이 길어졌다. 어차피 이건 나의 수필 겸 후기이기 때문에 말이 삼천포로 빠져도 수정 안 할 것이다.

 

7. 결론

   하여튼 산업공학 학생들은 한 번쯤 봐 보는 것도 좋다. 대신, 쓸데없는 부분은 공부 안 해도 된다!

 

   어쩌면 내가 생각보다 뭘 많이 모르는구나,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시험이다. 물론 모르는 상태여도 3일이면 시험 칠 정도의 공부는 됐다. 사실 3일도 아니다. 석가탄신일 오후와 목요일 퇴근 후 밤부터 새벽 2시까지, 그리고 금요일 오후에 바짝 공부했으니까 아마 합쳐서 한 20~30시간 공부했을 거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책도 필요 없다. 그냥 무료로 모든 자료를 공유해 주시는 블로그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광고 다섯 번씩 클릭해 드리고, 기출 문제 보고 모르는 거 있으면 추가로 검색해라. 내 생각엔 산업공학 전공이면(단, 데이터 관련 과목을 들었다는 전제 하에.) 그 정도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