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NTU 교환학생/2021-2 NTU 교환학생 #신청

2021-2 NTU(국립대만대학교) 교환학생 신청 일기 #01 - 결국 온라인

170841 2021. 8. 10. 14:28

1. 들어가기 앞서

교환학생을 온라인으로...? 그게 뭐야...?

 

  그게 뭔지, 의미가 있을지, 이 전무후무하고 말도 안 되는 진귀한 경험을, 지금부터 제가 해 보겠습니다.

  

  교환학생이든 뭐든, 대학생으로서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하는 것이 있다. 학교는 생각보다 나서서 뭘 알려 주지 않고, 해 주겠거니 배려해 주며 기다리면서 요청하지 않으면 내가 불이익을 보고, 메일을 보내 놨더라도 급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 있으면 전화를 해서 알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명심하자. 학교 교직원은 전문가가 아니며, 생각보다 아무것도 모르며, 내가 물어보면 그제서야 찾아본다. 직장인의 숙명이란 그런 것이니 이해하자.

  이런 말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교환학생으로서 내가 direct로 파견교 담당자에게 뭘 물어본 것이 아닌 이상, 파견교에서 전체적으로 보내는 공지는 학교 OIA(국제교류처)에 전달되고, 그것을 내게 전달해 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교직원의 근무 시간은 평일 9시부터 4시 30분. 시차를 생각하면 금요일에 외국에서 보낸 메일은 월요일 오전이나 되어서야 내게 전달되는 뜻이고, 그 시차는 생각보다 무엇을 준비하고자 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다.

  Visiting Student에게는 direct로 NTU OIA의 공지가 전달되기 때문에, Visiting Student에게 온 이메일을 금요일에 받아 보게 되었는데, 정말 눈앞이 막막해지는 내용이었다. 결론은 대만으로 출국할 수 없을 것이고, 교환학생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내가 열심히 모은 6000달러는 교환학생 기간 동안 한푼도 쓰지 않은 채 내 통장에 남아 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본의 아니게 환테크 하게 생김.

 

NTU OIA에서 만들어 준 Facebook 비공개 그룹에서 공유된 이메일. 국경이 완전히 막혀 admission package 발송도 불가능하고, exchange program은 결국 virtual(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세상에 단 한 번뿐인 교환학생이 COVID-19에 의해 너무 처절하게 망쳐졌다는 생각 때문에 주말 내내 우울했다. 하지만 이미 NTU에서 결정을 내려 버린 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NTU 역시도 대만 정부에서 국경을 닫아 버린 걸 어떻게 하겠는가...?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아 주말 내내 온갖 방법을 다 찾으며 입국할 방도가 없는지 워킹 홀리데이 비자 발급까지도 검색해 봤지만 현재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결국 내게 남은 카드는 두 개였다. 1. 교환학생을 포기하고 본교 수업을 수강할 것인지, 2. 그냥 온라인 교환학생을 진행하든지.

  1은 결국 내게 '교환학생 경험'이라는 것이 완전히 없어지는 결정이었다. 2는 온라인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교환학생 경험이 남아는 있는 것이었다. 긍정 회로 열심히 굴려 본 결과, 2 같은 경험을 내가 살면서 또 언제 해 보겠는가? 후술하겠지만, 2는 대만 학생들은 또 오프라인 대면 강의를 진행하고, 우리와 같은 외국인 학생(visiting/exchange student)에 대해서만 온라인이었던 것이었다. 할 말 많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열을 내느니 그 힘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쓰기로 했다. 2를 선택하기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 부분부터 후술해 보고자 하나, 일단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를 적고자 이렇게 긴 서론을 작성하게 되었다. (심지어 한 번 날려서 화난 상태로 다시 적는 중. 임시 저장을 생활화하자.)

 

2. 온라인 교환학생이 뭐야?

  온라인 교환학생이 교환학생으로서의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 여부는 2022년 1월이 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Chinese Course를 학점 걱정 없이, 학원 안 다니고 학점 인정을 받으며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대학 다니면서 한 번쯤은 교양이든 뭐든 들어 보고 싶었던 Business Management Courses를 빡센 신청과 경쟁률의 압박에서 벗어나 (대신 영어의 압박이 생기긴 하지만) 수강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나만의 의미를 찾았다. (College of Engineering인 주제에 College of Management로 신청한 나 자신, 아주 칭찬해.)

  대만 학기 시작일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9월 22일으로 미뤄지는 바람에 학기 종료일도 1월 말로 미뤄지게 되었다. 당장 내년 1학기가 졸업 학기인 나로서는 내년 1월에 교환학생 학기말 시험 준비, 졸업 준비 및 상반기 채용 준비, 수강 신청 준비를 한꺼번에 하게 되었다. 바쁘다, 바빠. ㅎㅎ 대신 이번 여름은 너무나도 한가하다. 어쩌다 보니 이번 여름의 바쁨이 겨울로 미뤄진 거나 다름없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2021-06-25(Fri)에 온 이메일, 내게는 2021-06-28(Mon)에 전달되었다.

 

Academic Calender도 업데이트되어 있었다.

  대만 학기 시작일 연기는 대만 코로나 형국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2021년 6월에 이미 공지되었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연기를 해서라도 2021-2(대만에서는 110-1이라고 표기하는 것 같았다.) inbound exchange student program을 진행시킬 작정인 줄 알았다. 심지어 대만 COVID Alert(우리로 치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3단계(최고 단계)에서 2단계로 내려갔길래 슬슬 국경도 다시 열리겠거니 싶었다. 수강 신청을 온라인으로 해야 한다는 걸 알려 줄 때부터, 그리고 대만 상황이 보이는 것에 비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밀려오는 그 쎄한 감정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헛된 희망을 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내게 열린 온라인 교환학생으로서의 신분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신청한 거라 그래도 나름 빠르게 추스를 수 있었다. 주말 동안 추스르기 완료. 미국이랑 유럽은 다 출국 가능한 것 같아서 좀 많이 슬퍼졌지만 어차피 내가 가고 싶었던 아시아는 출국이 다 막혀 버렸으니.... 운명이 아니었던 거로!